21세기가 시작되기 직전인 1999년 말, 세계의 역사학자들이 20세기 최고의 역사학자로 추앙받고 있던 토인비 교수를 찾아가 질문을 던졌습니다.
“20세기 1백 년 동안, 인류가 수천 년에 걸쳐 쌓아왔던 역사적인 일이 다 일어났습니다. 1·2차 세계대전, 핵폭탄의 개발, 경제의 고도성장, 과학기술의 생활화 등 괄목할만한 일들과 엄청난 사건들이 많았습니다. 20세기 최고의 역사학자인 교수께서는 무엇을 가장 큰 일로 꼽으십니까?” 이 질문에 대해 토인비 교수는 전혀 예상 밖의 답을 하셨습니다.
“내가 20세기 최고의 역사학자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으나 내 마음대로 말하자면 그 어느 것도 아니요.” “예? 그럼 무엇입니까?” “석가모니 부처님의 가르침인 불교가 서양에 전해졌다는 것이 가장 큰 사건이요.”
토인비 교수는 의아해하는 학자들에게 차분히 설명했습니다. “내가 평생 동안 보아온 종교의 교리와 학문은 ‘내 것만 옳고 네 것은 아니다’라는 것이었소. 늘그막에 이르러 불교의 참선법과 법화경을 접하게 되었는데, 그 속에서 ‘너와 나는 본래 하나다.’ 라는 가르침을 배우게 되었지요. 방과 방 사이의 벽을 허물면 이 방과 저 방은 하나가 됩니다. 모든 벽을 허물면 모두가 한 허공입니다. ‘내가 소중하면 네가 소중하고, 네가 소중하면 내가 소중하다’는 것이 ‘천상천하 유아독존’의 참된 의미였습니다.”
토인비 교수는 고령의 떨리는 음성으로 말을 이었습니다. “언젠가 너와 나가 하나인 불교가 서양에서 자리를 잡게 되면, 동양과 서양은 하나가 됩니다. ‘내 것은 옳고 네 것은 그르다’ 거나 ‘네 것은 우상이기 때문에 없애버려야 한다’ 고 주장하는 종교가 세계평화를 위해 기도하면, 그 자체가 위선이요, 이루어질 수 없는 일입니다. ‘내 것만 옳고 네 것은 그르다’고 한다면, 세계평화는 커녕 한 가족도 편안할 수가 없습니다. 너와 내가 둘이 아니요, 중생과 부처가 한 몸이라고 하는 불교교리에 나는 너무나 큰 쇼크를 받았습니다. 이 불교가 20세기에 서양으로 전해져 퍼지고 있습니다. 세계를 평화롭게 만들 수 있는 불교의 전파야말로 20세기의 가장 큰 사건이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
참으로 세계 최고의 석학다운 말씀이요, 인류의 평화를 진정으로 생각하는 분의 말씀이라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제 우리 불자들은 자부심을 느껴야 합니다. 자부심을 느끼며 마음을 더욱 활짝 열어야 합니다. 종교를 믿는 사람이 서로를 배타하면 평화가 사라지고 세상이 갈라집니다. 자기 종교에 미쳐 ‘절집을 불 지르기’ 까지 하지만, 우리는 그렇게 해서는 안 됩니다. 다른 종교를 다양한 문화의 하나로 긍정해주면서 우리의 정진력을 더욱 길러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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