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대철학자로 이름을 떨친 정명도·이천 형제가 하루는 함께 잔치집에 초대를 받아갔다. 형은 고고한 학자의 기품을 다 잊은 듯 마음껏 마시고 기생과 어울려 한판 잘 놀았다. 같이 갔던 동생은 시종 근엄하게 앉아 자세를 흐트러뜨리지 않고 형이 놀아나는 것을 실망스럽고 못마땅하게 바라보았다.
집에 돌아오자마자 “형님, 아까 잔치집에서는 너무 지나치지 않았습니까?” 동생은 은근히 나무라는 투로 말했다. 그러자 형은 “하하 이 사람, 자네는 아직도 잔치집에 있구만” 하고 웃어 넘겼다. 동생은 이에 아무 말도 못하고 형에게 허리를 굽혀 인사하고 나오며 ‘연꽃은 흙탕물 속에서 피어나지만 한 점 흙도 묻지 않는 것과 같다’고 중얼거렸다.
흔히 일반인들은 인격이라고 하면 나보다 높은 어떤 고매함만을 생각하게 됩니다. 그러나 인격은 상하고저(上下高低)가 있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을 존중하는 진정한 마음에서 나오는 것입니다. 불교존중사상이나 모든 중생이 불성(佛性)을 가지고 있다는 사상은 바로 이런 의미에서 풀이할 수도 있습니다.
육조 혜능대사가 오조 홍인스님에게 ‘사람에게는 남북이 있으나 불법에는 남북이 없다’고 한 것은 진정한 인격은 지위의 고하(高下)나 지식의 많고 적음, 지역의 남북에 있지 않음을 지적한 것입니다.
따라서 인격을 갖춘다는 의미는 우선 나 자신보다는 남을 먼저 생각하는 이타사상(利他思想)이 바탕이 되어야 하는 것입니다. 지식이 곧 지혜가 아니듯 신분이 곧 인격을 결정해 주는 것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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