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몽창국사(夢窓國師, 1225~1351)께서 강을 건너기 위해 나룻배를 탔을 때 잔뜩 술에 취한 사무라이 한 명이 이리저리 비틀거리며 승객들에게 난폭하게 굴고 있었습니다. 더욱이 그가 비척거릴 때마다 배가 좌우로 심하게 흔들렸으므로 사공을 비롯한 승객 모두가 크게 불안해 했습니다. 그러나 모두들 겁에 질려 어느 누구도 말리러 나서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이때 몽창국사가 사무라이에게 주의를 주었습니다.
“여보시오, 잠시만 앉아 있으시구려. 배가 너무 심하게 흔들려 모두들 두려워하고 있다오.”
국사께서 점잖게 타일렀으나 사무라이는 벌컥 화를 내었습니다.
“뭐야, 이 중놈은!”
그는 가지고 있던 쇠부채로 몽창국사의 이마를 내리쳤고 국사의 이마에서는 피가 흘러 내렸습니다. 국사를 시봉하던 두 승려는 사무라이를 처단하기 위해 순간적으로 두 팔을 걷어붙이며 나섰습니다. 두 승려는 무사출신으로 검술이 뛰어나고 힘이 장사였기에 그 사무라이 정도는 상대가 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몽창국사는 두 승려를 말리며 말했습니다.
“이런 일로 너희의 마음이 움직인단 말이냐? 우리는 불도를 닦는 불제자이다. 그렇다면 뭔가 일반사람과는 다른 면이 있어야 하지 않겠느냐? 좋은 일에나 나쁜 일에나 마음이 움직이면 곧 그르게 되느니라. 때리고 맞고 하는 이 모든 일이 한 바탕의 꿈을 꾸는 것뿐이니....”
이 일로 두 제자는 인욕행이 무엇인지를 깊이있게 새기고 배웠습니다. 그리고 국사의 이마에 상처까지 남겼던 사무라이는 술이 깨어난 다음 잘못을 빌고 국사의 제자가 되었습니다.
이 이야기를 마음에 새기면서 ‘과연 내가 몽창국사와 같은 경우를 당하였다면 어떻게 하였을까?’ 한 번 생각해 보십시오. 나아가 지금의 내 마음이 어떤 일에 어떻게 흔들리고 있는지를 뒤돌아보고 어떻게 인욕을 해야 하는지를 정립해 보시기 바랍니다.
인욕행(忍辱行)을 잘 실천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먼저 하심(下心)할 줄 알아야 합니다. 나를 낮추는 하심(下心)은 스스로를 비워 스스로를 편안하게 만들어 줄 뿐 아니라 남들도 편안하게 해주는 일이요, 부처님께서 가신 길을 한 걸음씩 좇아가는 요긴한 수행법입니다.
<금강경>에서는 “상이 없으면 부처요, 상이 있으면 중생이다.
(無相卽佛 有相卽衆生)” 하였습니다.
어리석은 중생은 늘 상에 얽매입니다. 특히‘나라는 상인 아상(我相)’에 얽매입니다. 그야말로 아상이 강하기 때문에 하심하기가 더욱 어렵습니다.
‘나는 똑똑하다, 나는 잘났다, 나는 많이 안다, 나는 부자다, 나는 높은 지위에 있다, 나는 너보다 낫다’고 하는 일상의 생각들이 바로 아상(我相)입니다. 곧 너에 대한 나의 상대적인 우월감이 아상입니다.
따라서 아상의 산을 무너뜨리는 방법은 간단합니다.
나의 고개를 숙이는 것입니다.
“저는 부족한 존재입니다. 제가 잘못했으니 용서해 주십시오.”
이렇게 하면 아상은 무너집니다. 자신을 한없이 낮추는 수행법인 참회(懺悔)의 절을 통하여 아상의 산을 무너뜨릴 수 있습니다.
복(福)이란 두 손을 모아 비는 사람에게 오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낮추고 남을 존중하는 사람에게로 향하는 것입니다.
단 1배를 하더라도 정성으로 하는 절은 그만큼 가치 있는 절이 됩니다. 이렇게 절을 하다 보면 이 세상에 존귀하지 않은 자가 없고 버릴 자도 없으며, 고맙지 않은 대상도 없음을 알게 됩니다.
절은 자신을 한없이 낮추는 하심의 표현입니다. 매일 108배 등의 참회를 꾸준히 하다 보면 어느 날 문득 향상되어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고 마침내는 일체 만물을 평등하게 아끼고 사랑하는 대자비심을 증득할 수 있게 됩니다.
금용 대불모 불사도량 부용사 현산 지관 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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