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쪽나라 월남(越南)에 전해오는 이야기 가운데 소개하고 싶은 것이 있다.
예전에 어려서부터 같이 자란 두 친구가 있었다. 두 사람 모두 훌륭히 성장해서 드디어 과거에 응시했다. 결과 한 사람만 급제(及第)에 성공했다. 먼저 성공한 사람은 누가 시키거나 부탁한 것도 아닌데 떨어진 친구를 위해 뒷바라지를 시작했다.
그런 보람도 없이 낙방한 친구는 실패를 반복했다. 그래도 실망하지 않고 한 사람은 계속 시험 준비를, 또 한사람은 뒷바라지를 했다. 그 노력과 정성이 통했던지 10년 만에 성공하게 되었다. 예나 지금이나 그 순간의 기쁨은 당사자만이 알 수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먼저 성공한 사람은 자신이 급제했을 때보다 몇 배나 더 좋아했다. 두 사람은 얼싸안고 기쁨을 나눈 뒤, 먼저 성공한 사람이 말했다.
“여보게, 정말 축하하네. 그런데 앞으로는 자네를 도울 일이 없을 것 같네.”
아닌 게 아니라 과거에 합격을 했으니 최소한 물질적인 문제는 스스로 해결하게 될 것이기에 한 말이다. 그리고 이어, 마지막으로 자신이 도울 일이 없는지를 물었다. 이에 급제한 친구가 말했다.
“내게 오늘과 같은 기쁨이 있음은 모두가 자네 덕분일세. 그런데 곧 나라님을 알현해야 할 텐데 아직 관복이 없네. 자네에 대한 고마움의 표시로 자네가 마련해준 관복을 입고 나라님을 알현했으면 하네.”
그러자 돌보아 주던 친구도 의미있는 일이라 생각하고 선뜻 응했다. 그리고 두 사람은 관복을 가장 잘 만든다는 집으로 갔다. 옷을 만드는 장인(匠人)이 치수를 다 재고 나서 물었다.
“대인께서는 급제(及第)하신지 얼마나 되셨습니까?”
뜻밖의 질문이었다. 합격의 즐거움으로 가득했던 분위기가 일순 돌변했다. 그도 그럴 것이 남들보다 10년이나 늦게 급제를 하였기 때문에 조금은 창피했기 때문이다. 기분이 상한 오늘의 주인공이 퉁명스레 말했다.
“당신은 옷을 만드는 사람이니 옷이나 잘 만들면 됐지, 그런 것은 알아서 뭘 하시려는가.”
그러자 장인으로부터 너무나 의외의 말을 듣게 되었다.
“기분이 언짢으셨다면 죄송합니다. 하지만 그걸 알아야 관복을 제대로 만들 수 있습니다. 예컨대 관직에 오른 지 20년이 지난 어른 같으면 뒤쪽 기장을 길게 해야 하고, 10년 안팎이면 앞과 뒤를 똑같이 해야 하며, 갓 급제하신 분 같으면 앞 기장을 길게 그리고 뒤는 짧게 해야 한답니다.”
예상 밖의 답변에 그 연유를 물었더니,
“20년이 지난 어른 같으면 자신이 남들 위에 군림하는 것이 아니라 백성의 심부름꾼임을 알기에 자세가 자연히 앞으로 숙여진답니다. 그러니 뒤쪽을 길게 그리고 앞은 짧게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하지만 신출(新出)은 기고만장(氣高萬丈)하는 까닭에 자연히 자세가 뒤로 넘어가게 되지요. 따라서 옷도 거기에 맞춰 만들지 않으면 안 된답니다.”
10년 안팎된 사람의 옷에 대한 이야기는 더 들어보지 않아도 될 것 같다. 지금이 도포나 두루마기를 입는 시절은 아니지만 이 이야기는 아직도 유효하다.
- 옮긴 글 -
'佛敎 자료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일수사견(一水四見) (0) | 2014.03.02 |
---|---|
화택(火宅), 불타는 집 (0) | 2013.12.14 |
하심(下心) (1) (0) | 2013.09.25 |
연꽃같은 삶 (0) | 2013.07.25 |
보시(布施), 그 나눔의 의미 (0) | 2013.07.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