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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들은 무심히 피고 진다

지관 2014. 5. 26. 08:15

 

산에는 봄, 여름, 가을 없이 꽃이 피고 진다.

꽃들은 무심히 피었다가 무심히 진다.

자기가 지닌 빛깔과 향기와 모양을 한껏 펼쳐보일 뿐,

사람들처럼 서로 시샘하거나 헐뜯지도 않고 과시할 줄도 모른다.

그저 말없이 자기가 할 일만을 할 뿐이다.

그러면서도 자신의 삶의 모습으로 인해

주변에 헤아릴 수 없는 기쁨을 안겨주고 있다.

 

오늘날 우리들은 선택의 여지도 없이

너무나  많은 것을 받아들이기 때문에

마음 편할 날이 별로 없다.

보지 않아도 될 것을 보고 듣지 않아도 될 것을 듣기 때문에

생각이 복잡하고 사들이지 않아도 될 물건들을 마구 사들이기 때문에

그만큼 마음을 많이 빼앗기고 있다.

 

아무 생각없이 빈 마음으로 꽃을 바라보거나

새소리에 귀를 기울이거나

혹은 흘러가는 구름에 눈을 팔 줄도 이제는 잊은지 오래다.

바람소리와 물소리같은 자연의 소리보다도

기계에서 내뿜는 소음을 더 가까이해야 하는 삭막한 세태다.

 

빈 마음, 그것을 무심(無心)이라고 한다.

빈 마음이 곧 우리들의 본마음이다.

무엇인가 채워져 있으면 본마음이 아니다.

텅 비우지 않으면 거기 울림이 없다.

울림이 없기 때문에 사는 일이 팍팍하고 시들해지게 마련이다.

 

우리들의 주변에서 때가 되면 어김없이

질긴 생명의 움을 틔우는 온갖 들풀과 꽃들, 나무들을 보고

자연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 보는 시간을 가져보라.

나의 소중한 삶에 성찰의 시간을 가져보라.

                                                          

                                           -  금용 대불모 불사도량  부용사  현산 지관 합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