松庵 지대방

채송화 송가

지관 2007. 7. 31. 0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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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무 살 적 살던 그 집 앞마당에
흐드러지게 피어있던 채송화는
수수하고, 해맑은 내 동무들 얼굴이었습니다.

어린 시절 외갓집 꽃밭 돌 틈 사이에
앙증맞게 핀 채송화는 이젠 빛바랜
사진 속에서나 볼 수 있는 어린 나였습니다.

그렇게 여름이 가고 다시
채송화, 이젠 세월의 무게에 짓눌려
한없이 작아만 지는 지금의 내 모습

언젠가 살던 그 집에 가보았습니다.
채송화 한 무더기 피어있는 마당가
쓸쓸하고 적막한 햇살만이 내려앉아
별을 헤던 어느 시인처럼
채송화 하나에 추억과~~
채송화 하나에 사랑과~~
채송화 하나에 어머니~~
어머니~~ 하고 불러 보고픈
피어 헝클어진 조각난 새색시 꿈같은
채송화 꽃밭이 아프게 눈에 밟혀왔습니다.

다시 스무 살로 돌아갈 수 없다면
내게도 석가모니부처님과 같이
중생의 짐이 허락된다면
기꺼운 마음으로 지고 가겠습니다.

채송화처럼 한없이 한없이 낮아져
웃을 수 없을 때까지 웃음 지으며
내게 허락된 짐을 지고 가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