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무 살 적 살던 그 집 앞마당에 흐드러지게 피어있던 채송화는 수수하고, 해맑은 내 동무들 얼굴이었습니다.
어린 시절 외갓집 꽃밭 돌 틈 사이에 앙증맞게 핀 채송화는 이젠 빛바랜 사진 속에서나 볼 수 있는 어린 나였습니다.
그렇게 여름이 가고 다시 채송화, 이젠 세월의 무게에 짓눌려 한없이 작아만 지는 지금의 내 모습
언젠가 살던 그 집에 가보았습니다. 채송화 한 무더기 피어있는 마당가 쓸쓸하고 적막한 햇살만이 내려앉아 별을 헤던 어느 시인처럼 채송화 하나에 추억과~~ 채송화 하나에 사랑과~~ 채송화 하나에 어머니~~ 어머니~~ 하고 불러 보고픈 피어 헝클어진 조각난 새색시 꿈같은 채송화 꽃밭이 아프게 눈에 밟혀왔습니다.
다시 스무 살로 돌아갈 수 없다면 내게도 석가모니부처님과 같이 중생의 짐이 허락된다면 기꺼운 마음으로 지고 가겠습니다.
채송화처럼 한없이 한없이 낮아져 웃을 수 없을 때까지 웃음 지으며 내게 허락된 짐을 지고 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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