松庵 지대방

연꽃의 신비

지관 2006. 12. 7. 15:55

어느 날 영산회상에서 부처님이 설법을 했다.

그런데 부처님은 말을 하지 않고 가만히 곁의 연꽃 한 송이를 들어 대중들에게 보였다.

사람들은 그것이 무슨 뜻인지 깨닫지 못하였으나, 제자 중에 가섭존자만 홀로 미소를 지었다.

이것이 바로 불교의 대표적 화두 가운데 하나인 ‘염화미소(拈華微笑)’의 유래이다.

즉, 염화미소란 이처럼 말을 하지 않고도 마음과 마음이 통하여 깨달음을 얻게 된다는 뜻이다.

굳이 염화미소의 예가 아니라도 연꽃은 불교를 상징하는 꽃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연꽃이 불교의 상징적 꽃이 된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연꽃은 깨끗하지 않은 물에서 살지만, 그 더러움을 조금도 자신의 꽃이나

잎에 묻히지 않는다는 데 있다.

이것은 세속에서 사는 불자일지라도 세상의 더러움에 물들지 않는다는 의미를 지닌다.

 

연꽃잎이 항상 아름답고 깨끗한 것을 현대 과학에서는‘연꽃잎 효과’라고 부른다.

매끈하게만 보이는 연꽃잎의 표면을 전자현미경으로 보면 마이크로미터 크기의 돌기가

산봉우리처럼 있고, 여기에 나노미터 크기의 돌기가 나무처럼 배열돼 있다.

이런 구조 덕분에 연꽃잎은 물을 밀어내 물방울이 퍼지지 않도록 하여

먼지를 쓸어내는 자기세정효과를 지닐 수 있다.

연꽃잎 효과의 응용분야는 무궁무진하다.

세차를 할 필요가 없는 자동차를 만들 수 있고, 아무리 뜨거운 물로 목욕해도

김이 뿌옇게 서리지 않는 목욕탕 거울도 만들 수 있다.

또 섬유 올 하나하나에 연꽃잎 같은 돌기를 만들어 비에 젖지 않는 옷을 만들거나

스스로 먼지나 때를 없애는 페인트도 개발할 수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도 과학기술은 연꽃잎과 같은 효과를 지니는 실용성 있는 제품을

개발하는 데는 성공하지 못했다.

 

사실 연꽃은 불교가 전파되기 훨씬 전인 고대 이집트에서도 성스러운 꽃으로 여겨졌다.

밤에는 꽃잎을 다물었다가 아침이면 꽃잎을 활짝 피우는 연꽃의 속성을

이집트인들은 태양과 동일시하고 창조와 부활의 상징으로 여겼기 때문이다.

또 종자가 많이 달리므로 다산과 풍요, 번영의 상징으로도 삼았다.

그런데 우리나라 동의보감에서는 연꽃을 성기능을 강화시키는 약재로 소개하고 있다.

 

즉, 연꽃은 마음을 안정시키고 얼굴을 늙지 않게 하며,

정액이 저절로 흘러나오는 유정과 조루를 멎게 한다고 되어 있다.

다산의 상징인 연꽃이 실제 현실에서 이용된 셈이다.

 

또한 연꽃의 열매와 종자를 연자육이라 하며, 잎을 하엽, 뿌리를 우절, 과방을 연방, 암술은 연수,

종자 안의 녹색 배아를 연자심이라고 하는데, 이러한 연꽃의 모든 부분을 다 약재로 이용했다.

 

이외에도 연꽃은 현대 과학에서 여러 가지 신비로운 능력이 입증되었다.

몇 년 전 미국 과학자들은 중국의 한 연못 바닥에서 나온 500년 묵은 연꽃 씨를 배양해

꽃봉오리를 맺게 하는 데 성공했다.

이처럼 오래된 종자에서 새 생명체가 탄생한 것은 연꽃이 처음이다.

 

한편 호주 아델레이드 대학의 로저 세이머라는 동물학자는

연꽃이 온혈동물처럼 체온을 조절한다는 사실을 밝혀내기도 했다.

그에 의하면 연꽃은 보통 때는 다른 식물과 똑같이 외부 온도에 따라 온도가 변하지만

개화기 동안에는 꽃이 더워지기 시작한다는 것이다.

즉, 주변 기온이 10℃ 이하로 떨어져도 개화기 때의 연꽃 온도는 32℃를 유지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500년 된 연꽃 씨가 어떻게 싹을 틔울 수 있으며, 또 개화기의 연꽃이 어떻게 해서 체온을 올리는지는

아직 자세히 밝혀지지 않았다.

 

최근 경희대 한의대 배현수 교수팀이 연꽃의 씨앗에서 추출한 물질로 우울증 치료제를 개발해

식품의약품안전청으로부터 시판 허가를 받았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이 신약은 기존의 우울증 치료제가 갖고 있는 성기능 장애나 불면증 등의 부작용이

나타나지 않는 장점이 있다고 연구팀은 밝혔다.

 

예로부터 전해져 오던 연꽃의 상징적인 속성이 현대 과학에서 하나씩 현실화되고 있는 것 같아

흥미로울 따름이다.

                                                               - 사이언스 타임즈  기사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