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가 신을 믿는 다른 종교와 뚜렷이 구별되어지는 점은 인과의 법칙과 윤회를 믿는 것입니다. 신이 우리의 행복과 불행을 좌우하는 것이 아니라 나의 업(業)에 따라 행복과 불행이 좌우되며, 신이 천당이나 지옥으로 보내는 것이 아니라 나의 업보(業報)에 따라 좋고 나쁜 세상을 윤회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내가 ‘나’의 마음밭에 어떠한 씨를 심느냐? 그리고 심은 씨를 어떻게 가꾸느냐에 따라 결실은 달라질 뿐입니다. 따라서 내가 태어나서 살아가는 모습과 죽은 다음의 세계는 내가 지은 업에 따를 뿐이요, 신과는 무관하며 오로지 내 업의 창조주는 ‘나’라는 믿음이 생겨나야 합니다.
그리고 과거세의 업을 따라 현세의 내가 생겨났고 현세의 업에 의해 미래의 ‘나’가 존재하며, 그 업에 의해 윤회하는 것이요, 신의 심판은 결코 없다는 확신을 가져야 합니다. 이렇게 인과(因果)와 윤회(輪廻)의 법칙을 믿는 것이 신을 믿는 종교와 불교와의 다른 점입니다. 〈열반경〉에서는 인과에 대한 믿음을 다음과 같이 설하고 있습니다.
시신심자 신시시과(是信心者 信施施果) 신선선과 신악악과(信善善果 信惡惡果) 이득신심 수습정계(以得信心 修習淨戒) 상락혜시 선수지혜(常樂惠施 善修智慧)
신심이란 베품과 베품의 과보를 믿는 것이요 선행과 선행의 과보를 믿는 것이며, 악행과 악행의 과보를 믿는 것이다. 이 신심을 얻으면 깨끗한 계율을 닦아 익히고 은혜로이 베풀기를 항상 즐기며 지혜를 잘 닦을 수 있게 되느니라.
이〈열반경〉의 가르침처럼, 믿음은 인과를 믿는 것에서 시작되며, 인과를 믿으면 저절로 계율을 지키고 보시를 즐기고 지혜롭게 살아갈 수가 있는 것입니다. 인과의 법칙에 따르면 ‘나’에 대한 모든 책임은 ‘나’에게 있습니다.
모든 결과는 내가 하기에 달려 있습니다. 부처가 될 씨를 심고 부처가 될 행을 닦으면 부처님이 됩니다. 부자가 될 씨를 심고 부자가 될 행을 닦으면 부자가 됩니다. ‘나’의 삶은 누구에 의해 주어진 것이 아닙니다. ‘나’에 의해 만들어졌고 ‘나’에 의해 만들어지는 것입니다. 내가 잘하면 잘 될 수 있고, 내가 못하면 좋지 않은 결과를 맞이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므로 불교에 입문한 불자는 무엇보다 먼저 인과의 법칙과 함께 윤회의 주체가 ‘나’라는 것을 철저히 믿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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