佛敎 자료실

무명초 - 삭발(削髮)

지관 2013. 5. 29. 09:30

불교에서는 머리카락을 '무명초(無明草)'라고 하여 '세속적인 욕망의 상징'으로 본다. 그래서 출가 수행자인 스님의 모습인 삭발은 세속에서 벗어나 구도의 대열에 들어선 출가자의 정신적 상징으로 출가 전의 과거를 기억 속에서 남김없이 지우고자 하는 출가자의 강한 신념과 청정수행에 대한 의지 표현인 것이다.

 

머리카락을 모두 자르는 종교는 아마도 불교가 세계에서 유일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만큼 불교에서 삭발은 중요하다. 깨달음을 구하기 위해 출가한다는 말을 "머리를 깎는다."는 표현으로 대신하는 것도 삭발 의식이 출가 수행자의 표상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스님들은 출가 후 불교 입문식인 득도식(得度式) 의식을 따라 삭발을 하고 그 뒤에는 보름마다 한 번씩 삭발하는 것을 상례로 하고 있다. 한 달에 두 번 대중들이 모여 허물을 드러내고 참회하는 포살에 앞서 삭발 목욕으로 몸과 마음을 정갈하게 하는데서 삭발일이 정해졌다. 그래서 포살이 보름과 그믐이기 때문에 하루 전인 14일과 29일이 보통 삭발 목욕일이다.

 

그러나 언제부터 불교의 수행자들이 삭발을 했는지는 알 수 없으나 경전을 통해 부처님 당시부터 삭발한 것으로 추측된다. 부처님이 출가를 결심하고 마부 찬다카와 작별을 고할 때 " 지금 나는 사람들과 더불어 고(苦)에서 해탈할 것을 서원하는 뜻으로 삭발하겠다."고 말한 것으로 경전에서 전하고 있다. <과거현재인과경> 제2권에는 부처님의 삭발에 대해, "태자가 칼을 가지고 스스로 수염과 머리를 깎고 '이제 머리와 수염을 깎아서 일체의 번뇌와 습인(襲因)을 남김없이 없애기를 발원하노라.' 하셨다."고 하였다. 또한 <비니모경> 제3권에 '머리를 깎는 이유는 교만을 제거하고 스스로의 마음을 믿기 위함'이라고 했으며, <대지도론> 제49권에는 "나는 머리를 깎고 승복을 입고 발우를 가지고 걸식을 한다. 이러한 것은 교만을 부수는 방법"이라고 하여 출가자의 위의가 바로 삭발임을 알 수 있다.

 

불교의 출가수행자는 머리를 깎고 물들인 옷을 입어야 한다고 율문(律文)은 규정하고 있다. 불교의 출가수행자가 머리를 깎는 것에는 두 가지 의미가 있다. 하나는 다른 종교의 출가 수행자와 모습을 다르게 하기 위함이요, 또 하나는 세속적인 번뇌를 단절함을 뜻한다. 부처님 당시 인도는 불교의 수행자 말고도 집을 떠나 수행을 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경전은 이들을 외도(外道)라고 기록하고 있다. 부처님은 자신의 교단을 외도들의 그것과 구분하기 위해 불교의 출가 수행자들은 머리와 수염을 깎도록 했다.

 

부처님은 세속적인 번뇌와 얽매임을 단절하려는 결단의 상징으로 머리를 깎게 했다. 출가인이 머리모양에 연연하는 것은 출가의지를 흐리게 하고 무명(無明)을 증장(增長)시킨다 하여 머리털을 무명초(無明草)라고까지 했다.

스님들이 머리카락을 '무명초(無明草)'라고 부른다는 것은 아무리 끊어버리려 해도 계속 자라나는 무명번뇌를 머리카락에 비유한 것이다. 삭발을 함으로써 끝없이 자라나는 무명을 잘라내어 구경에는 부처님처럼 대각을 성취하겠다는 스님들의 강한 의지가 파르스름한 머리에 살아있는 것이다. 이제까지의 자신을 버리고 부처님의 숲에 들어가 마음과 몸을 청정하게 하여 깨달음을 얻은 후에는 다른 사람까지도 구제하겠다는 출격대장부의 강한 서원의 발로가 삭발이다.

 

                                                            금용대불모 불사도량  부용사  현산 지관  합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