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정스님은 지난 2011년 8월 주석처인 부산 금정구 장전동 선주산방에서 사단법인 생명나눔실천본부가 주관한 생명나눔운동에 동참, 생명나눔 장기기증 서약식을 하며 몸을 기증하는 일은 영원히 사는 길이며 부모에 대한 마지막 효도라는 말로 소감을 전했다.
당시 석정스님은 “나는 일찍이 부모님을 모시지 못하고 불문에 들어와 효도를 못해 항상 안타까운 마음을 안고 있었는데 (부모로부터 받은 이 몸이) 사후 새 생명으로 이어진다면 돌아가신 부모님도 저승에서 좋아하실 것이라 생각이 든다” 면서 함께 동참해 주신 스님과 신도들에게도 감사드리며 이 좋은 뜻 잘 받도록 하겠다” 고 말했다.
스님은 “부모에게 받은 유일한 재산인 몸 한 조각이라도 세상에 도움이 돼 베풀 수 있다면 최고의 공양이다. 사람은 가장 귀중하게 여기는 것이 생명이고 몸이 건강해야 모든 일을 잘할 수 있다. 눈이 부족한 이에게는 눈을 보시하고 혈액이 부족한 이에게는 혈액을 보시하고 필요한 곳을 보시하고 한다면 크게 공덕이 되며 복 중에 최고의 복이다. 또한 늙어 쓸모없는 몸이라도 의대생들의 실습 교재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기증할 수 있으니 그 이상 더 좋은 일이 없을 거 같다”며 소감을 전한 바 있다.
석정스님의 유지에 따라 스님의 법구는 동국대 경주병원에 기증키로 했다.
석정스님은 당시 일면스님(생명나눔실천본부 이사장)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시신기증의 뜻을 전했었다. 일면스님은 “불교계 최고 어른이신 석정 큰스님께서 한국불화의 큰 족적을 남기셨음에도 불구하고 떠나실 때 다시한번 후학들에게 큰 가르침을 내려주셨다” 면서 “스님께서 입적사실도 알리지 말고 일체의 재도 지내지 말라고 하셨다는 말씀을 듣고 마음속에 큰 울림이 느껴졌다” 고 말했다.
석정스님의 마지막을 지킨 스님의 제자 수안스님(선화가)은 “큰스님께서는 사후 법구를 기증하고 호사스러운 장례를 하지 말라고 당부하시고 앉은 자세로 열반에 드셨다” 면서 "마지막까지 후학들에게 큰 가르침을 남긴 우리시대 큰 어른" 이라고 말했다.
석정스님은 원적에 들기 두달여 전인 지난 10월25일 영축총림 통도사성보박물관에서 건강한 모습으로 불화시연을 해 관람객들의 눈길을 끌었다. 형형한 눈빛으로 불화그리기에 집중한 스님의 붓끝은 흔들림이 없었다고 현장의 취재진들은 전했다.
이날 석정스님은 불화시연 뿐만아니라 불화를 공부하는 후학들의 질문에도 명쾌한 답변을 내놓았다. 석정스님은 “불화는 부처님의 가르침을 담고 있는 그림이기 때문에 전통에 따라 그려야 마땅하다” 면서 “전통을 떠나서는 불화를 생각할 수 없다” 고 강조하기도 했다.
또 '일체 장례를 치르지 말라'는 스님의 유지에 따라 빈소를 차리지 않고, 다른 장례의식 없이 초재부터 6재까지는 마산 청평원에서, 49재는 조계총림 송광사에서 봉행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