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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은 마음이 바로 도량이다(直心是道場)

지관 2008. 10. 9. 14:31

 

광엄동자(光嚴童子)가 수행을 위해 고요한 장소를 찾으려고 시끄러운 비야리대성(毘耶離大城)을 나섰다.

마침 비야리국의 장자(長者)로서 불도를 지극히 수행한 유마거사를 만나게 되었다.

광엄동자가 유마거사에게“어디에서 오십니까?”하고 물으니 유마거사는“도량에서 온다.”고 했다.

동자는 납득할 수 없어 다시 묻자 유마는 이렇게 한 마디로 설파했다.

“곧은 마음이 바로 도량이니, 헛됨과 거짓이 없기 때문이다.”

여기서‘곧은 마음이 도량’이라는 말이 나옵니다.

‘직심(直心)’은 곧은 마음, 진실하고 정직한 마음, 순수무구한 마음,

흐트러지지 않는 마음을 말합니다.

 

‘도량(道場)’은 원래 부처님이 깨달은 보리수 밑의 금강좌(金剛座)를 뜻하였는데,

현재는 수행자가 수행하는 신성한 장소(사찰)를 말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말하는 도량은 이러한 공간적인 장소를 말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그 마음의 움직임에 따라서 도량이 넓어지기도 하고 좁아지기도 한다는 것을 말하고 있습니다.

 

‘직심’을 도량이라고 한 것은 <유마경>에서“마음이 청정하면 불국토도 청정하다....

곧은 마음이 정토이다.”라고 한 것과 같은 의미입니다.

달마대사의 법을 받은 중국 선종의 제6조인 혜능대사는 그의 어록집인<육조단경>에서

이렇게 말하고 있습니다.

“가고 머물고 앉고 눕는 데서 늘 하나의 곧은 마음을 행하라.”

언제 어디서나 직심으로 수행하고 생활해 나간다면 어느 곳이든 도량 아닌 곳이 없습니다.

시끄럽고 번잡스러운 장소는 피하고 고요하고 편안한 장소만을 좋아한다면

누구도 그 마음이 청정하지 않겠는가?

중요한 것은 시끄럽고 복잡한 어느 곳에서도 마음이 물들지 않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임제(臨濟)선사는 <임제록>에서 이렇게 경계하고 있습니다.

“시끄러움을 싫어하고 고요함만 찾는 것은 외도의 법이다.”

직심으로 행하지 않는다면 고요한 장소든 시끄러운 장소든 하등 다를 것이 없습니다.

직심이 아니라면 어떤 곳이라도 도량이라 할 수 없습니다.

거짓 없는 순수한 마음이 직심을 갖고 대처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또 자기 심경을 고요히 하는 것을 게을리 하고 오직 고요한 장소만을 찾는 것은 도량이 될 수 없습니다.

장소는 자기 밖의 장소가 아니라 자기 안의 장소, 즉 자기 마음이니,

그 마음의 순수함이야말로 중요한 것입니다.

선문에서는 시끄럽든, 고요하든, 말을 하든, 침묵을 지키든, 유(有)이든, 무(無)이든

모든 대립을 완전히 비워 버린 경지를 찾습니다.

 

중국 송나라 때의 고승 대해(大慧)선사는“고요함과 시끄러움이 하나이다.”라고 말하는데,

이는 동정(動靜)의 양면을 초월한 고차원적인 경지를 나타내고 있습니다.

직심(순수한 마음)이 있어야 비로소 동정일여(動靜一如)의 세계가 전개되는 것입니다.

서로 서로 사심 없는 곧은 마음, 즉 직심으로 사귀어 나간다면 인간관계도 보다 좋아지고

평화가 머무는 사회가 실현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