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송나라 무문혜개(無門慧開)스님이 쓴 「무문관(無門關)」이라는 책 속에는 “즉심즉불 즉심시불(卽心卽佛 卽心是佛)”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이 말은 ‘마음이 곧 부처’라는 뜻입니다.
가끔 부처님을 생각하면 어느 절의 등신불이 떠오릅니다. 그러나 그것은 부처님의 형상을 본떠 그렇게 만들어 놓은 것이지 진실로 부처님이라고 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래서 부처님께서도 부처님 스스로 「금강경」에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약이색견아(若以色見我) 이음성구아(以音聲求我) 시인행사도(是人行邪道) 불능견여래(不能見如來) 〈金剛經 第 32 應化非眞分〉 “나를 물질이나 형상으로 보려고 하거나 음성으로 구한다면 이는 능히 삿된 도를 행하는 자라서 결코 부처를 보지 못할 것이다.”
우리가 부처님을 보려고 할 때 밖에서 구할 것이 아니라 우리 스스로의 마음을 살펴야 된다는 것입니다. 본래 마음이란 부처님 마음입니다. 중생의 마음이 둘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마치 형태가 없는 물의 모습이 그릇의 모양을 따르듯, 마음 또한 어떻게 먹느냐에 따라 달라질 뿐이지, 마음이 고정되어 있는 것은 아닙니다. 하늘에 떠있는 달도 사람의 마음이 기쁠 때는 그 달이 즐거움으로 보이지만, 슬플 때는 그 달 조차도 서글퍼지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불교는 마음을 근본으로 삼는 마음의 종교이며, 마음을 닦는 종교입니다. 인생의 모든 일을 총체적으로 다스리는 것이 바로 마음이라면 자아의 본 모습 역시 마음이 주인임을 알 수 있습니다.
근대의 고승 만해 한용운 스님은 마음을 이렇게 표현했습니다. “마음은 대개 허령(虛靈)해서 조금도 여유가 없지마는 실로 방법을 구비해서 하나도 갖추지 않은 것이 없다. 허령한 고로 용납지 못하는 것이 없고 갖추지 아니한 것이 없는 고로 하나도 치우쳐 있는 것이 없다. 그래서 우리의 마음을 넓기로 말하면 전 우주를 포함하다가도 좁고 옹졸하기로 말하면 바늘 하나 꽂을 자리가 없다.”
부처님이란 마음의 주인이 되신 분이며, 중생이란 경계와 욕망의 노예가 되어 꼭두각시의 삶을 살고 있을 뿐입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마음의 진정한 주인이 되는 일에 노력해야겠습니다.
〈註解〉 * 무문관(無門關) : ‘禪宗無門關’의 약칭 허령(虛靈) : 잡념이 없고 마음이 영묘함
|